당신의 의 때문이 아닙니다

언약은 ‘자기 의’가 아니라 ‘은혜’ 위에 세워집니다
염보연 염보연
2026.07.31
2

사람은 결과를 통해 자신을 평가하는 데 익숙합니다. 일이 잘 풀리면 하나님께서 나를 기뻐하신다고 생각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면 내 믿음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신앙생활도 예외가 아닙니다. 사역이 성장하면 하나님께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고, 사업이 번창하면 하나님께서 내 삶을 축복하신 결과라고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순종하는 자에게 복을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매우 조심해야 할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하나님의 축복을 자신의 의로움에 대한 증명으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신명기 9장에서 모세는 바로 그 위험을 경고합니다. 이제 이스라엘은 마침내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땅을 그들에게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그러자 모세는 백성들이 한 가지 착각을 하지 않도록 같은 말을 세 번이나 반복합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들을 네 앞에서 쫓아내실 때에 너는 마음에 이르기를 '내 의로움 때문에 여호와께서 나를 이끌어 이 땅을 차지하게 하셨다.' 하지 말라.”(신 9:4)

 

그리고 다시 말씀합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이 아름다운 땅을 주어 차지하게 하심은 네 의로 말미암음이 아니니, 너는 목이 곧은 백성임이라.”(신 9:6)

 

왜 하나님께서는 같은 말씀을 세 번이나 반복하셨을까요?

그만큼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를 자신의 공로로 바꾸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스라엘에게는 자랑할 것이 없었습니다. 광야에서 그들은 끊임없이 하나님을 원망했고, 금송아지를 만들어 섬겼으며, 여러 차례 하나님의 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만일 하나님께서 그들의 행위대로 갚으셨다면, 그들은 가나안에 들어가기는커녕 광야에서 모두 끝나고 말았을 것입니다.

모세는 백성들에게 그 사실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그들을 살려 두신 것은 그들이 의로웠기 때문이 아니라, 중보자의 간구를 들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금송아지 사건 이후 모세는 사십 일을 금식하며 백성을 위해 간구했고, 하나님께서는 긍휼을 베푸셔서 그들을 멸하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그들이 약속의 땅 문 앞에 서 있는 이유는 자신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자비 때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는 왜 가나안을 그들에게 주셨을까요? 이에 대해 모세는 두 가지의 이유를 제시합니다.

첫째는 가나안 족속의 죄악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악이 가득 찼기 때문에 심판하셨습니다.

둘째는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하신 언약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조상들에게 하신 약속을 반드시 이루시는 신실하신 분이셨습니다. 결국 가나안은 이스라엘이 얻어 낸 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언약에 따라 주신 선물이었습니다.

신약에서 바울도 같은 원리를 설명합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세상을 기업으로 주시겠다고 약속하신 것은 율법의 행위 때문이 아니라 믿음의 의를 통해서였다고 말합니다(롬 4:13). 처음부터 하나님의 구원은 인간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와 언약 위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이 사실은 오늘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신앙생활이 오래될수록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하나님의 은혜를 당연하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기도 응답을 받으면 내 믿음이 좋아서라고 생각하고, 사역이 잘되면 내 헌신의 결과라고 여기며, 삶에 복이 임하면 내가 하나님 앞에 잘 살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공로로 유지되는 나라가 아닙니다. 우리는 순종해야 합니다. 그러나 순종조차도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응답이지, 하나님께 무엇을 받아 낼 자격을 만드는 공로는 아닙니다.

신명기 9장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것은 '나의 자격과 노력'(자기 의) 때문인가?”

 

이 질문 앞에 정직하게 설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의 의를 자랑할 수 없습니다. 대신 하나님께서 얼마나 신실하게 언약을 지키시는 분인지, 그리고 얼마나 크신 긍휼로 우리를 붙들어 오셨는지를 고백하게 됩니다.

결국 하나님의 백성이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자신의 순종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우리의 삶을 여기까지 이끄신 것은 우리의 의가 아니라, 끝까지 언약을 지키시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이기 때문입니다.

 

silhouette-man-standing-with-arms-outstretched-against-vibrant-colorful-sky-symbo2048.jpg

 

2
Comments2
  • 김연경
    김연경 2026.07.31 10:08
    우리의 순종은 요구하는것을 위한것이 아닌 하나님의 피조물로써 마땅한 구원받은자의 책임임을 망각하지 않는 자녀가 되겠습니다. 아멘
  • 이풍훈 2026.07.31 12:16
    아멘!!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며,비록 가진거 없고 낡아지고 허물어진 저에 삶에 광야를 이끄시는 주님께 감사와 신뢰로 하루하루 언약의말씀으로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