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쉬 하샤나, 아직 남아 있는 약속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와 소망에 대한 기다림
염보연 염보연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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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절기를 따라 한 해를 살아가다 보면, 하나님께서 ‘시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시는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단순히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만 가르치신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언제’ 기억해야 하는지까지 정해 주셨습니다. 레위기 23장은 이 절기들을 모아딤(מועדים), 곧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라고 부릅니다. 즉 ‘절기’는 단순한 종교 기념일이나 이스라엘의 명절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구원의 역사를 반복해서 기억하고,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약속을 기다리도록 만들어진 거룩한 시간표인 셈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봄 절기’와 ‘가을 절기’의 배열은 특별한 의미를 갖습니다. 유월절과 무교절, 초실절, 오순절로 이어지는 봄의 절기들은 예슈아의 초림과 놀라울 만큼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유월절 어린양의 죽음은 예슈아의 십자가를 떠올리게 하고, 초실절은 죽은 자 가운데서 먼저 살아나신 메시아의 부활을 바라보게 하며, 오순절에는 실제로 성령께서 제자들에게 임하셨습니다. 초대교회가 경험한 복음의 결정적인 사건들이 봄 절기의 흐름 안에서 나타난 것입니다.

그러나 오순절이 지나고 나면 한동안 절기가 없습니다. 긴 여름을 지나 일곱째 달에 이르러서야 다시 성경의 절기들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봄 절기의 성취’와 ‘가을 절기의 시작’ 사이에 놓인 이 긴 시간은 자연스럽게 ‘메시아의 초림’과 ‘재림’ 사이를 살아가는 우리의 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는 이미 십자가와 부활을 알고 있고 성령께서 임하신 시대를 살아가지만, 하나님의 구속 계획이 모두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죽은 자들의 부활도, 메시아의 실제적인 통치도, 이스라엘과 열방을 향한 선지자들의 수많은 약속도 여전히 그 완성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즉 ‘가을 절기’는 바로 그 ‘아직’을 바라보게 하는 것입니다.

가을 절기의 문을 여는 날이 일곱째 달 초하루, 흔히 나팔절이라 부르는 날입니다. 토라는 이 날을 ‘나팔을 울려 기념하는 날’, 곧 욤 테루아(יום תרועה)로 소개합니다. 후대 유대 전통에서는 이날을 로쉬 하샤나(ראש השנה), ‘그 해의 머리’라 부르며 한 해의 전환점으로 지켜 왔습니다. 성경에서 첫째 달은 유월절이 있는 ‘니산월’이지만, 유대 전통에서는 일곱째 달의 시작을 연도의 전환점으로 삼아 새해를 맞이합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달력이 새로 시작된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로쉬 하샤나’는 그 뒤에 이어지는 ‘대속죄일’과 ‘초막절’을 향해 각 사람의 마음을 준비시키고 백성들을 정렬시키는 가을 절기의 첫 관문인 것입니다.

이 때문에 ‘로쉬 하샤나’는 세상의 새해와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통 새해가 되면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를 생각합니다.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더 나은 삶을 계획하며, 지난 실패를 뒤로하고 새로운 출발을 기대합니다. 그러나 ‘로쉬 하샤나’는 먼저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합니다.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살피고, 잘못한 일이 있다면 인정하며, 관계를 바로잡고, 삶의 방향을 다시 조정합니다. 새해의 시작을 자기계발보다 회개와 성찰로 맞이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성경적인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작은 단순히 시간이 바뀌어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에서 돌아설 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로쉬 하샤나’에서 대속죄일인 욤 키푸르(יום כיפור)까지 이어지는 열흘의 기간은 이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나팔 소리는 잠들어 있는 사람을 깨우듯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그 깨어남은 ‘테슈바(תשובה)’, 곧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회개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대속죄일 앞에서 죄와 용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그 이후 ‘초막절’에 이르면 분위기는 다시 완전히 달라집니다. 회개와 속죄를 지나 하나님과 함께 거하는 기쁨의 절기로 들어갑니다. 가을 절기의 흐름 자체가 깨어남, 돌이킴, 속죄, 그리고 함께 거함이라는 하나의 언약적인 여정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예슈아를 따르는 제자에게 이 절기의 흐름은 더욱 깊은 소망을 줍니다. 신약성경은 메시아의 다시 오심과 죽은 자들의 부활을 나팔소리와 연결합니다. 예슈아께서는 큰 나팔소리와 함께 택하신 자들이 모일 것을 말씀하셨고(마 24:31), 바울은 마지막 나팔에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나며 살아 있는 자들도 변화될 것이라고 선포했습니다(고전 15:51-52). 그렇다고 ‘로쉬 하샤나’가 곧 재림의 정확한 날짜를 알려 준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해마다 이 절기를 맞으며 우리가 아직 기다리고 있는 하나님의 약속, 곧 메시아의 재림과 부활, 심판과 왕국의 완성을 기억하는 것은 충분히 언약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바로 이것이 성경의 절기가 가진 특별한 힘입니다. 절기는 우리에게 새로운 정보를 주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진리를 잊지 않게 합니다. 우리는 예슈아께서 다시 오신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상에 묻혀 살아가다 보면 그 진리는 너무도 쉽게 먼 미래의 교리 한 줄로 밀려납니다. 성경의 절기는 그 진리를 해마다 우리의 시간 속으로 다시 불러옵니다. 유월절에는 구원을 기억하게 하고, 오순절에는 말씀과 성령을 기억하게 하며, ‘로쉬 하샤나’에는 아직 끝나지 않은 하나님의 언약과 성취를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일상적인 시간이 하나님의 구속 이야기와 연결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로쉬 하샤나’는 단순히 ‘유대인의 새해 인사’를 소개하는 날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하나님의 구속사에 있어서 어디쯤을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날이어야 합니다. 이미 이루어진 은혜에 감사하면서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약속을 잊지 않고, 지난 시간을 정직하게 돌아보며, 앞으로의 삶을 다시 하나님의 뜻에 맞추는 것입니다.

‘봄 절기’의 약속을 신실하게 이루신 하나님께서는 남아 있는 ‘가을 절기’의 약속도 반드시 신실하게 이루실 것입니다. 바로 그 확신 때문에 우리는 과거의 구원을 기억할 뿐 아니라 미래의 구원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로쉬 하샤나’는 그 사이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묻습니다. “나는 이미 이루어진 구원의 은혜를 기억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아직 남아 있는 하나님의 약속을 정말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는가?” 절기의 시간은 다시 돌아왔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언약의 새해를 맞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보다 먼저,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시간과 삶의 방향을 다시 돌이켜 점검하는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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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6
  • 김연경
    김연경 2026.09.07 10:05
    아멘
    나팔의 소리를 듣기 위해 늘 항상 준비된 자가 되도록 말씀에 귀 기울이고, 잡다한 것에는 집중 하지 않는 하루를 살겠습니다.
    지난 날을 되돌아보며 회개할 것을 찾아, 돌이키는 삶의 기준을 정하겠습니다.
    오직 주님만이 왕이심을 인정하며, 이 땅에 다시 오실 하나님 나라를 소망 하겠습니다. 마 라 나 타
  • 라채돈
    라채돈 2026.09.07 12:41
    <아직 남아 있는 약속>이라는 말이 설레이게 합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시간표 위에 제 이름을 적고, 허락하신 오늘 하루의 생명을, 가을의 절기를 준비하며 보내자고 마음에 새깁니다.
  • 조안나 2026.09.07 15:10
    아멘! 언약의 새해에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보다 먼저 점검한다는 점이 세상의 방식과 다름을 많이 느낍니다.
    예전에 언약과 절기에 대해 잘 모를 때에도, 업무 특성 상 시황 분석을 하다보면 9월~10월 이맘때쯤이면 "로쉬하샤나에 주식을 사고 욤키푸르에 팔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습니다. 유대인들이 로쉬하샤나에 주식을 정리하고 회계 결산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유대인들의 새해는 주머니에 있는 것을 비우고 돌아보며 자신을 점검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점이 세상의 방식과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특히 메시아닉 쥬들에게 로쉬하샤나는 실제로 예수님이 다시 오실 수도 있는 소망의 날이기 때문에 주식을 다 매도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저도 일상과 삶에서도 기록된 말씀에 근거하여 행하고, 하나님의 시간표를 소망하며 살아가기를 바랍니다..ㅠㅠ
  • 이풍훈 2026.09.07 15:33
    아멘!!
    참~ 절기.히브리어 새로운 용어에 늘 유치원생이된 기분이지만,크리스마스.부활절.등등 말씀에도 없는 절기들을 지키는 현시대의 교회를 불쌍히여기고 ,우리를보고 율법주의라 손가락질하며, 비하냥거리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지키라고 명하신 절기를 배우며,지키겠습니다.
    세상에 울려퍼질 나팔소리에 늘 귀기울이며,제게 주신 하루를 언약의 말씀앞에 정렬되어,하루를 살아내겠습니다.^^
  • 김주언 2026.09.07 21:54
    아멘!
    이번 한주 동안 정직하게 지난 날들을 돌아보며 잘못된 방향에서 돌이키겠습니다.
    예수님이 오실 그 날을 소망하며 절기의 시간을 기억하겠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하나님의 성취를 기억하면서 하나님의 나라를 소망하겠습니다.
  • 이지영 2026.09.08 00:25
    생애 처음으로, 며칠 남지않은 나팔절과 또 그와 함께 시작되는 5787년 새해를 진지하게 기다립니다.
    하나님이 직접 정하시고 지키라 명하신 여호와의 절기가 버젓이 있었는데도, 깡그리 무시하며 전혀 근거없는 이방의 절기들을 지켜 온 지난날들이 허망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이른 때'이니, 지금!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으로 돌이키고, 지금! 하나님 아버지의 때에 내 인생을 맞춰 살겠습니다.
    하나님을 매일매일 더욱 알아가게 하시니 감사합니다!